소프트 볼
둘째 토요일 날이었다. 그 날은 평소와 달리 한 시간 일찍 일을 마쳤는데, (푸른 잔디가 깔린) 운동장에 가서 소프트 볼을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 신나서 피곤함을 무릅쓰고 달려갔다. 몇 몇은 김병현에 대해 알고 있었다. 야, 홈런 한방 날려야지 생각하며 내 마음은 벌써 타석에 들어서 있었다. 두 팀으로 나눠졌는데, 그냥 대충 나누었다. 양팀 숫자도 맞지 않고 남녀 비율도 일정치 않았다. 타석순서를 정하는 방법은 이름을 알파벳 순으로 하여 정하였다. 여 청년들도 맘껏 배트를 휘두르는 모습이 보통 우리나라 여자아이들처럼 공이 지나가고 난 한참뒤에 헛스윙을 하는 그런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제대로 스윙을 하고 공을 외야로까지 날리는 자매도 있었다. 내게 있어 가장 큰 인상은, 아무도 자기팀의 점수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몇 대 몇인지 누가 이기고 있는지, 뭐 그런 것은 전혀 관심이 없는 듯 지금이 몇회인지도 모른 체, 그저 경기 그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것이었다.
경쟁사회에 길들여진 나로서는 좀 심심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생활이 경쟁과는 거리가 먼 협동과 함께 하고 있다는 그 자체로 만족해하고 즐긴다는 인상이 강했다.
경청
서로 사랑하는 것이 무엇일까? 뭐가 도대체 서로 사랑한다는 것일까? 부르더호프에서 내가 강하게 받은 인상은 이들의 대화법이 정말 성숙해 있다는 것이다. 공부를 좀 한 사람일수록 교만하여 자기가 알고 있는 말들은 끝까지 잘 듣지 않을려고 하는데-특히 내가 그렇다- 이들의 경청은 감탄을 불러 일으킨다. 나의 서투른 영어, 이상한 발음, 엉뚱한 단어 사용 등등에도 이들의 인내심은 나로 하여금 불안해하거나 서두르지 않게 하여준다. 쉬운 단어로 천천히 또 모르는 단어는 다른 단어로 보충설명하면서 까지...... 무슨 핸드폰 안내직원들 이상으로 친절하다. 말이 통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내 주위에 과연 내가 하고픈 말 이것 저것 안 재보고 투명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 말이 통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가............. 이렇게 좋은 친구들이 이렇게 많이 가진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한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