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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간 이 곳을 방문했던 한 형제님의 방문기중 일부입니다.
제가 말하지 않았던 내용들중 공감하고 있는 부분을 싣습니다.

6. 브루더호프의 신앙생활 99.8.15.

제가 앞서 소개해드린 5가지의 이야기들을 기억하고 계시다면 이미 브루더호프의 신앙생활에 대하여는 많은 짐작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들의 신앙은 생활을 통한 신앙이고, 생활을 향한 신앙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겁니다. 이것은 공동체라면 지극히 상식적인 신앙의 태도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실제로 거의 모든 공동체들과 공동체를 표방하는 교회들은 이러한 생활속의 신앙을 가장 기본적인 자세로 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생활을 통한 신앙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제가 브루더호프에서 느낀 신앙생활에 대해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샵(제조공장)에 일자리를 안내 받았습니다. 거기에 도착하자 제 호스트페밀리host family(손님마다 호스트페밀리가 있어 생소한 모든 브루더호프의 손님생활을 안내하고 도와주고 상담해 주는 말하자면 그 손님을 책임지는 가정)인 슈테판이 한바퀴 공장의 순서와 작업들을 견학시켜 줍니다. 매끄럽지 못한 의사소통에도 불구하고 사소한 질문도 아주 자세히 답하며 저의 이해를 도우려고 노력합니다. 견학을 마치고 일자리를 배정받습니다. 내 주위의 모든 일하는 형제가 나의 친절한 선배이고 선생님이 되어 저를 열심히 도와주는데 특히 작업반장격인 아저씨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순서 순서를 주의할 점들도 놓치지 않고 설명해 줍니다.

저는 세가지에 놀랍니다. 첫째, 생각보다 일이 매우 간단하고 쉬운 편이라는 것. 둘째, 초보나 노약자나 누구나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되어있는 시스템. 세째로 말도 잘 안통하는 제가 이해하고 일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돕는 그들의 태도였습니다. 저는 단순한 마음이 되고 맙니다. 좋고 고마운 사람들이다. 실수안하고 열심히 해야지. 그리고 잘해내야지 하는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그렇게 며칠 일하다보면 슬슬 요령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시스템의 순서대로 하기보다 이렇게 저렇게 내가 하기 편한 내식대로의 요령으로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그렇게 해 봅니다. 몇번은 실제로 내 생각대로 굴러갑니다. 그러나 얼마못가 실수를 하게 되고 그것도 모른채로 내 다음으로 일을 넘깁니다. 당연히 리젝트reject(거절,빠꾸)가 뒷사람으로부터 걸려옵니다. 그때 나는 왜 시스템의 순서가 설정되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왜 축적된 노하우가 중요한지를 배우게 되고, 선배의 말을 믿고 따르는 것이 더 좋다는 사실을 알게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공장에서 배운거지만 공장아닌 다른 곳에서도 그들이 들려주는 것을 믿고 인정하게 됩니다. 일터에서 느꼈던 인간적인 호의감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즉 그 사람이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에 그가 교회에 대해, 신앙에 대해, 그의 이상에 대해 말할때 그 말을 믿을수 있게되는 것입니다.

만약 나같은 생소한 입장에서 일을 하는데 이건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고 복잡한데다 내가 할 수 있을것 같지도 않고, 사람들도 내가 어떻게 일을 하건말건 무관심에 가깝고... 그랬다면 일하는 것이 마음에 자발적으로 내키지 않았을테고 그런 사람들이 예수님아니라 예수님 할아버지를 열정적으로 내게 설명한다해도 내귀에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점심시간이 되어 부엌엘 갔습니다. 앞의 글에서 말씀드린적이 있지만 부엌은 조리기구 박물관 수준입니다. 하지만 사진을 찍고싶을 정도로 예쁘게 적당한 장식도 부리고 해서 아름답게 진열되어 있습니다. 부엌의 바닥도, 조리대도 깨끗. 요리되고 있는 찜통도 반짝반짝한데 김이 무럭무럭. 디저트로 제공될 과일들도 신선해 보입니다. 부엌을 들여다 보면 더욱 식욕이 돋구어 집니다. 밥을 마구 먹습니다. 음식이란게 먹기전에 그릇에 담겨있을때는 얼마나 예쁩니까? 그러나 먹고난 그릇을 보면 음식찌꺼기며 뼈다귀며 등등 시체들만 뒹구는 추악한 모습. 내가 이런걸 다 먹었나 할 정도로... 그러나 적어도 브루더호프의 식사후는 놀라울 정도로 정리된 듯한 잔반들... (보셔야 알지 말로하니 답답) 어떤 아저씨는 그릇 바닥에 남은 스프들을 빵조각으로 닦아 먹고(먹는 행위는 좀 지저분해 보임 그러나) 새그릇처럼 만들어 둡니다. 식사도 식사지만 대식구가 매일같이 하루에도 여러번 식사라는 대사(大事)를 치루려면 식사준비나 식후처리가 더욱더 대사가 될 일입니다. 식후의 처리는 자원하는 형제들이 하는것이 원칙. 열살미만의 아이들로부터 할아버지까지 일사불란하게 정확히 12분이면 모든 상황이 음식재료를 다듬기 이전의 초기 부엌상태로 돌아갑니다. 애초부터 포크와 나이프, 물컵과 쟁반접시등 모든 식기구들을 분리수거해서 각 씻는 위치로 옮겨지는데 어떤애는 식기세척기에 들어갈 수 있는 그릇들을 세척기로 밀어넣고 어떤 아이는 나오는 그릇들을 차곡차곡 쌓아두면 다른 아이는 그것을 원래 진열하는 자리로 옮깁니다. 그러는 동안 다른 사람은 마대걸레를 적시고 바닥을 닦습니다. 다른 사람은 조리기구들을 씻고 제자리에 걸어두고... 모든 형제들이 정신없이 움직이면 10분에서 12분 사이에 모든 상황이 끝납니다. 저는 처음 이 광경을 보고 예술의 경지다.라고 느꼈는데 바로 생활의 예술이 특히 부엌에 농축되어 있는듯 합니다.

저는 때로는 자원하기 싫어하여 밥만 먹고 나올때도 있었는데 노는 기분으로 열심히 일하는 열살도 안된 아이들을 보면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야 이놈아. 너 언제 사람될래! 탄식이 회개하고픈 마음으로 전이됩니다. 참, 한가지 더 부엌과 관련된 일에 덧붙이자면 수많은 브루더호프 사람들 중에 부엌과 식품을 관리하는 형제와 식품보관 및 배급의 책임자인 형제 두사람과 개인적으로 친했는데(그들로부터 가끔 소시지나 졍키(육포)를 몰래 더 받는 특혜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 두 사나이의 공통점은 자칫 먹는것 하나 때문에 공동체의 의가 상할까봐 모두 훌륭한 사람들이지만 제가 보기에 특출나게 성실하고 겸손하고 마음이 넓은 통 큰 남자들을 음식관련 책임자로 세워둔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음식창고 아저씨는 그 씨익하고 웃을때 옆으로 더 늘어나는 콧수염만 보아도 나도 덩달아 마음이 시원하게 늘어나는 느낌을 주는데 아마 여러분들도 그 얼굴을 한번 보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괜히 넓어지는 느낌을 가질껍니다. 어떻게 얼굴만 봐도 그런지 미스테리인데 실제로 무척 무척 마음이 넓고 시원한 아저씹니다. 그 집 아줌마도 몸집처럼 마음이 넉넉하고... 그 집 아이들 모두가 다 그렇습니다. 하여간 좋은 사람들. 그리고 제자리에 있는 사람들...한참 일하고 있는데 쏘피아Sophia 아버지가 학급으로부터 초대를 받았다고 해서 지혜의 학교로 가 봅니다. 오늘은 알파벳 순서 중 D로 시작하는 단어와 이야기들을 공부하는 날입니다.

도우넛Doughnut을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고 아이들이 직접 학교부엌에서 만든 도너츠를 부모님들을 초청해서 대접하는 잔치가 열렸습니다. 거기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도 갗추었습니다. 아이들이 골판지로 자판기처럼 박스를 만들고 뒤에 숨어있다가 어른들이 동전구멍으로 쿠킹호일을 동그랗게 접은 동전을 밀어 넣으면 뒤에 있던 아이들이 출구에다 도너츠를 집어던집니다. 선생님은 애들과 똑같이 신나서 싱글싱글. 부모님들도 무척 즐거워하는데 어떤 아빠는 즉석으로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고 누군가가 D로 시작하는 노래도 부르며 작은 콘서트를 벌립니다. 저는 그 순간에 선생님과 이 학교가 너무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아이들도 지혜와 잘 놀아주니 그게 고맙고 지혜도 너무 잘 어울리고 배우고 있는 사실이 기특하고 고마왔습니다. 칠판에는 선생님이 D로 시작되는 단어들의 그림을 색분필로 나오미자매 수준으로 예쁘게 그린 그림이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나는 정말 너무 기분좋은 초대이자 잊지못할 초대를 받은 것입니다.

브루더호프는 많은 책을 출판하고 있습니다. 아주 원론적인 강한 메시지의 책에서부터 초대기독교인들이란 책은 다분히 객관적인 자료로부터 발췌된 역사서이고, 그런가 하면 교육지침서나 간증, 동요까지 책의 종류가 장르별로 다양합니다. 브루더호프의 출판사는 이런 책들을 자기의 경험으로 써 나갑니다. 브루더호프의 책들은 이미 삶으로 겪고 이루고 난 후에 그것을 책으로 엮는듯 했습니다. 다시말해 100% 자신들의 사상과 삶의 방향에 일치된 책들을 내는 것입니다. 이것은 정말 놀라운 파워라고 생각됩니다. 많은 출판사도 저자도 자기의 현실보다는 이상을 말하기가 쉽습니다. 브루더호프는 오히려 반대현상까지 줍니다. 현실을 표현하기란 너무 방대하고 많아 간추려서 책으로 엮는 듯한, 마치 요한복음의 마지막 구절의 요한의 말처럼... 그래서 저는 브루더호프의 출판아이템은 언제나 고갈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앙생활이라는 말은 말그대로 신앙이 생활이고, 생활이 신앙이다를 뜻한다고 하겠습니다. 브루더호프는 매우 이상적으로 모든 사람이 생활에 충실한 신앙을 가지고 있어 그것이 저로 하여금 가장 부러움을 사게 했습니다. 공동체를 이루는 기쁨을 생활로 표현하는 사람들. 복음을 나누는 책임감을 생활에서 실천하는 사람들. 진리를 삶에서 보여주는 사람들이라고 하겠습니다. 저는 저의 표현이 과장되다고 느끼기 보다 생활에 빛을 발산하기 어려운 교회들과 삶의 맛을 잃어버린 우리네 공동체들이 너무 지나치게 잘못 달려가고 있다고 느낍니다. 사람들에게 신앙을 가르치려고 교회를, 말씀을, 기도를, 영적인 세계를 먼저 소개하는 많은 교회의 신앙생활과 말씀과 교회가 삶속에 녹아있어 같이 살다보면 깨달아 알며 나도 살게되는 그런 신앙생활... 주님. 우리게 긍휼을 베푸소서. 아멘.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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