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전자사전에조차 포르노라니!"
박병춘(hayam) 기자
"이럴 수가!"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오는군!"
"왜 학교에서 이런 거 통제해야 하는지 알려야 돼!"
"그건 약과여, 피엠피라는 기기는 야동까지 가능하다니까!"
삼삼오오 교사들이 모였다. 한 고교생이 보고 있던 전자사전을 압수한 것인데, 내용물을 들여다보는 순간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이 애용하는 전자사전, 그 액정 화면에 낯 뜨거운 사진들이 즐비했다. 그냥 쉽게 말해 포르노 사진들이 무방비 상태로 저장,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각종 종이사전을 대신하는 전자사전이 청소년들에게 보급되어 학습 도구로 쓰이는 것까지 왈가왈부할 수 없다. 문제는 우리네 디지털 문명이 청소년들에게 주는 폐해가 너무나 심각하다는 점이다. 아주 자연스럽게 소유하고 다니는 전자사전마저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포르노 저장소가 된다니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사전은 물론 영어회화, 영어발음, 옥편, 오디오, 각종 게임 기능 등 방대한 분량이 담긴 전자사전은 인터넷 자료를 다운받아 볼 수 있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신세대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컴퓨터가 보편화되어 멀티미디어 수업이 이루어지고 이러닝이니 유러닝이니 유비쿼터스니 모니터 수업에 인터넷 활용이 늘면서 최첨단 장비가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정보화 시대 속에 교사가 갖춰야 할 소양 또한 한두 가지가 아니다.
'70년대 교실에서 80년대 교사가 90년대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는 말이 있었다. '시대에 앞서가는 학생들이 낙후된 학교 환경 속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교사에게 배우고 있다'고 비꼬는 말이기도 했다.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 교사들의 분투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교사가 신세대 학생들이 쓰는 신형 핸드폰에 어떤 기능이 있는지 익히기 힘들 정도다.
학생들은 MP3니 DMB니 하는 기기로 음악을 듣고, PMP(Portable Multimedia Player)라고 하는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로 교실의 자기 책상에 앉아 EBS 강의니 인터넷 동영상 수업을 본다. 과학의 산물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과정에 수십만 원대 전자사전은 상당량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다. 흔히 졸업이나 입학 선물로 받는 고가의 전자사전이 빈부의 잣대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학습을 위해 순기능만 있는 줄 알았던 전자사전, 휴대용 동영상 플레이어 등으로 포르노 동영상이나 사진 파일을 마음대로 저장하고 들여다 볼 수 있다는 데에 적잖게 놀란다. 주머니에 얼마든지 넣고 다닐 수 있는 기기이기에 그 위험성은 가히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기기를 만드는 제작사를 탓할 수는 없다. 좋은 데 쓰라고 만든 기기를 나쁜 데 쓰는 학생들의 가치관에 문제가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첨단 장비 앞에 도덕적 윤리적 가치관을 훈화하는 일이 너무나 벅차다.
그 동안 우리 학생들의 학습 도구인 줄만 알았던 전자사전조차 인성교육 차원에서 내용물 검색을 해봐야 한다니 이 얼마나 기막힌 식자우환인가. 학생들이 지니고 있는 전자수첩이나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봐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학교 교육에서 억압과 통제는 일시적 효과는 있겠으나 결코 만능은 아니다. 학교현장에서 문명의 이기를 지혜롭게 활용하도록 하는 기본교육을 끝없이 진행하지만, 디지털의 파고를 잠재우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전자사전으로까지 포르노를 보는 청소년들을 보며 문화현상이니 어쩔 수없는 시대 현실이라고 자위하자니 애간장이 탄다. 어쩌겠는가. 우리 청소년들을 향한 끊임없는 관찰과 관심, 그것이 우리의 미래를 만든다고 믿을 수밖에.
오마이 뉴스에서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