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이성희(emoksa)
예수님을 배반한 제자 가룟유다의 입장에서 기록된 ‘유다복음(The Gospel
of Judas)’이 세계 주요 언어로 공개되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유다복음’
은 서기 1-2세기 사이에 그리스어로 쓰인 것을 서기 4세기 당시 이집트에서 사
용하던 고대 이집트어인 콥트어로 번역한 것입니다. 가죽 표지로 되어 있는 26
쪽 분량의 이 문서는 30년 전 이집트의 사막에서 발견돼 골동품 시장에 나왔으
며 수년 전 스위스의 메세나 고미술재단이 입수하였습니다. 그동안 메세나 재단
과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은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 가속
기질량분석법 등을 통해 이 문서에 사용된 파피루스와 잉크 등이 서기 3-4세기
의 것임을 밝혀냈습니다.
‘유다복음’은 그동안 실물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서기 180년 무렵 프랑스
리옹의 주교 이레니우스가 처음 언급하였습니다. 그는 이 문서를 주류 기독교
복음서의 내용과 달라 조작된 이야기로 규정하였고 당시 이단을 반박하기 위해
저술한 자신의 작품 가운데 최초로 언급하여 ‘이단’이라고 강력히 비판한 사
실을 통해 존재 자체가 알려졌습니다.
성서학계는 이 문서가 서기 2세기경 유행했던 ‘영지주의’ 중 ‘가인파’
가 만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초대교회에서 이단으로 규정되었던 영지주
의는 예수님의 실체보다 신화론적으로 접근했으며 죄를 짓는 것은 인간의 육체
이고 구원받아 천국 가는 것은 인간의 영이라고 하여 영지주의가 신도들을 타락
의 길로 인도하였습니다. ‘가인파’는 가인 등 성경 속의 지탄받는 인물을 추
종하는 영지주의의 한 종파이었습니다.
유다복음이 논란이 되는 것은 예수님과 유다의 관계에 대한 기술이 복음서
의 내용과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유다복음’은 “예수가 유다와 나눈 계시
에 대한 비밀스런 이야기”라는 말로 시작됩니다. 이 문서에는 예수님이 유다에
게 “너는 모든 이들로부터 저주를 받는 사도가 될 것이다. 너는 나를 둘러싼
인간의 육체를 희생제물로 바칠 것”이라며 “그러나 결국은 그들을 다스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유다의 배신이 없었다면 예수는 십자가
에 못 박히지 않았을 것이고, 인간을 죄로부터 구원한다는 신의 계획은 완성되
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합니다. 나아가서 이 문서는 예수가 유다에게 “너는
그들 모두를 능가할 것이다. 너는 인간의 형상을 빌려 이 땅에 온 나를 희생시
킬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기술하고 있어 기존의 복음서와 달리 예수님의 요구
에 의해 유다가 예수님을 배반한 것으로 기술돼 있다고 합니다.
유다가 행한 ‘배반의 비밀’에 대해 묘사하고 있는 이 문서는 1세기의 기독
교 역사가 아니라 2세기경의 기독교 신화론과 관련 있는 것으로 기독교 발생과
정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대안을 제시하는 자료는 못됩니다. 그동안도 기독교
발생시기에 관한 문서는 수없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유다복음’과 같은 문서
가 유다를 배반자로 간주하는 기독교의 전통적 생각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입니
다. 그리고 앞으로라도 이런 고문서가 또 나온다고 하더라도 성경은 달라질 것
이 없으며 전혀 고려할 가치가 없을 것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경 외에 어떤 고문서가 다
시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기독교의 초기 역사를 반증할만한 것이 없을 것입니
다. 이런 유의 고문서가 우리가 믿고 있는 성경의 진리를 왜곡하게 하지는 못
할 것입니다. 또 다른 고문서가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현재 우리가 가진 성경에
정경으로 포함될만한 권위를 가지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현재의 정경만 하
더라도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완전히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다빈치 코드’ 등 성경을 왜곡하여 기독교의 초기 역사를 극화하
는 음모론적 소설과 영화가 출현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기독교를 의도적으
로 파괴하고 기독교의 진리를 왜곡하려는 반 기독교적 시도가 횡행하고 있습니
다. 이런 때일수록 기독교의 진리를 수호하고 성경을 우리 삶의 규범으로 믿는
이레니우스와 같은 기독교 호교론자들이 많아져야 할 것입니다. 기독교의 진리
를 수호하는 일은 우리의 진실하고 성경적인 믿음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펌 : 호산나 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