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이야기

2003.02.28 17:28

개척교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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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연(목사)

교회를 개척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의 일입니다.

개척 멤버이자 몇 명 안 되는(정확히 3명) 청년은 서울에 살기에 주일 예배만 겨우 참석할 뿐, 수요일 저녁 예배 같은 때엔 직장 퇴근해서 두 시간 가까이 전철 타고, 버스 갈아타고 여기(경기시흥, 시화지구)까지 내려오기엔 좀 무리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저 역시 수요예배나 새벽기도회 같은 것은 근처 교회로 가라고 권하는 터였습니다. 그러니까 자연히 수요일 저녁예배는 아내와 아들아이, 그리고 저, 이렇게 세 식구가 예배를 드리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수요예배 때였습니다. 문이 열리며 오십은 훨씬 넘어 보이는 두 내외분이 교회에 들어섰습니다.

‘와우!! 하나님 감사합니다! 드디어 사람을 보내주시는군요! 이 얼마만입니까!!’

저는 아내와 아들아이, 그리고 그 내외분, 이렇게 네 명을 놓고 마치 사백 명에게 설교하듯 외치기도 하고, 정말 열심히 설교를 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잠깐 차 한 잔을 하자고 내외분을 붙들었습니다. (참고로, 저희 교회는 항상 예배 후에 다과를 나눕니다. ‘코 밑이 열려야 가슴이 열린다!’는 안산동산교회의 김인중 목사님의 지론(至論)에 감명 받은 바 커서…)

그때 남자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 다 좋으신데 좀 젊으시군요.” (헉! 하긴, 난 젊지. 아직 사십 전이니까.)

“(짐짓 태연하게) 예에… 혹시 목사님께서 연세 좀 있으신 교회를 찾으세요? 저어기 길 건너 ‘○○교회’ 목사님이 좀 연세가 있으신데요.”

“목사님, 저흰 ‘순복음교회’ 다녔습니다.”

“아, 예에. 그럼 이 건물 뒤로 돌아서 좀 가시면 ‘○○ 순복음교회’ 있습니다.”

저는 교회를 개척하기 전, 먼저 탐방했던 인근 교회들에 대한 기억을 회상하며 이 분들에게 맞을 만한 교회를 몇 군데 말씀드린 후, 끝으로 한 말씀을 덧붙였습니다.

“옷은 크거나 작으면 바꿀 수 있지만, 교회는 한번 정하면 쉽게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여러 교회를 다녀 보시고 잘 정하세요. 그리고 한번 정하시면 천국 가시는 날까지 중심(中心)으로 충성하시구요.”

그분들은 그렇게 가셨습니다. 섭섭했지만 어쩝니까. 안 먹은 나이를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게 한 달쯤 지났을까, 그분들이 주일 낮 예배에 다시 오셨습니다. 반가운 인사 끝에 하시는 말씀이, “목사님, 저희들 여기 등록 할랍니다!” 하시는 것입니다.

“예에?”

“목사님, 그동안 새벽기도, 수요예배, 주일 낮, 밤 등등 근처 교회들을 다 다녀봤습니다.”

“아, 예. 그러셨군요.”

“그런데, 이 <한가족교회>가 자꾸 마음이 끌렸습니다.”

그 날 그분들이 교회에 등록을 함으로서 개척 넉 달 만에 얻은 첫 장년 등록교인이 되었습니다. 남자 성도님은 전라도 광주의 한 농협에서 오랫동안 봉직하시다가 지점장까지 하신 후 은퇴를 하신 분으로 젊은 목사에게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참 귀한 장년 성도가 되었습니다.

그 후 두 내외분은 <새 가족 반 5주> <일대일 제자양육 16주> 등등 교회의 모든 양육 프로그램을 잘 따라오셨고, 남자 성도님은 저에게 세례까지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서리 집사님으로 임명되어 지금까지 충성스럽게 섬겨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여러 날 여러 달이 지난 어느 날, 그 이 집사님이 싱글싱글 웃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였습니다. “목사님, 그때 제가 왜 <한가족교회>에 등록한 줄 아세요?”

“예? 왜였습니까?”

“젊은 목사님이 하도 패기가 있어서 그게 마음에 들었구요, 딴 교회는 우리가 가면 발목을 잡으려고(?) 야단인데, 교인도 없으면서 다른 교회를 소개 해 주는 모습도 신선했어요.”

저는 “아, 예. 다 하나님께서 이 집사님 내외분을 감동시키셔서 그런 거죠” 라며 답했습니다.

교회를 개척하면서 느끼는 것은, 개척교회 성도는 하나님이 보내주셔야 오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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