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이야기

2003.02.28 17:28

편견의 껍질

조회 수 1034 추천 수 20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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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주일 아침에 일어난 일입니다. 아마 열시 반쯤 되었을까. 오전 11시에 있는 주일 예배를 준비하며 교회에 있었는데, 헝클어진 머리에 때가 꼬질하게 묻어있는 철 지난 점퍼차림의 행색이 허름한 중년 남자가 하나 들어섰습니다. 매주 일요일이면 직업적으로 교회마다 순회(?)하며 알코올 냄새를 풀풀 풍겨가면서 금전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행려자들이 있는 터라 저는 얼마라도 줘서 귀찮은 ‘방해꺼리’를 보내버리고자 마음을 먹고 다가갔습니다.

아… 그런데 그는 예배실 한쪽 구석에 앉더니 한참을 기도하는 것이었습니다.

‘흠… 이 사람은 수가 좀 높구만. 얼마를 주면 될까….’ 저는 속으로 생각하며 마치 무슨 사설 경비원모양 그가 기도를 마치기를 기다렸습니다.

얼마 후 마침내 그가 눈을 떴고, 저는 애써 친절을 가장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저… 어떻게 오셨습니까?” (아니, 교회에 어떻게 오셨냐니? 이게 말이나 되는 얘깁니까?)

그런데 놀랍게도 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습니다.

“예… 예배 드리고 싶어서 왔습니다. 제가 요즘 많이 힘듭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신앙생활 잘 했었는데, 어머니가 날 위해 기도 해주셨는데… 먹고살기에 급급하다보니 신앙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살았습니다. 아침에 문득 교회에 오고 싶어서 이리저리 헤매다가 마침 십자가가 보이길래 염치불구하고 들어왔습니다….”

저는 불에 덴 듯 얼굴이 뜨거워졌습니다. 아직도 겉모양만 보고 쉽게 편견을 갖는 되먹지 못한 나의 위선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에….

이윽고 예배는 시작이 되었는데, 그는 너무 오랜만에 드리는 예배인 듯 감격스러운 표정이었고, 저는, “예수를 믿고, 또 예수를 전한다는 녀석이…”하며 온통 경솔함과 위선으로 가득 찬 나의 가슴을 두드리며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지금은 새벽 예배를 마치고 돌아온 이른 주일 아침입니다. 오늘은 예배를 통해 그동안 자기 십자가를 지는 겸손의 삶이 아니라 오히려 십자가를 타고 다녔던, 내 속 깊은 곳에 자리한 교만함과 편견의 껍질들이 벗겨졌으면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

황대연, 경기 시흥 정왕동 한가족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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