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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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국

어느 해 내 생일날, 딸아이들의 선물을 받고 나는 기분이 무척 좋았다. 아이들이 며칠 동안 무슨 선물을 할까 고민을 하는 것 같더니 선물이라고 내어놓은 것은 <빙빙바, 죠스바, 더위사냥> 등 내가 제일 좋아하는 얼음과자 한 봉지였다. 미처 포장도 못했다며 미안해하는 아이들이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었다.

매번 생일마다 자기들이 힘써 준비한 선물을 주었지만 늘 나의 마음은 흡족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선물들이 나에게 별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올해의 선물은 달랐다. ‘자기들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좋아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자기들과 다른 아버지의 뜻을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게 되어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믿음은 자기 뜻대로 살던 사람이 인생의 주인 되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뜻을 따라 살기로 결단하며, 실천하게 된다. 그런데 그 <하나님의 뜻>이 문제다. 과연 사람이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을까?

몇 해 전 집안문제로 형과 갈등이 있어 마음고생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부모님 앞에서 나의 옳음을 주장하며 형을 비난했다. 그리고 부모님이 전적으로 나를 지지하고 위로해 주실 것을 기대했다. 그런데 부모님은 그렇게 해주지 않으시고 오히려 형의 처사를 대신 변명하셨다. 나는 화가 나 계속 따지고 들었다.

그러자 견디다 못한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시며 <네가 이 어미의 심정을 어찌 알겠느냐? 너도 자식을 더 키워 봐라>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 순간 나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어머니가 옳으셨다. 장년의 나이가 된 자식들 사이의 불화에 부모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또 그런 상황에서 어머니의 심정이 어떠할지 난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나의 옳음’이 어머니의 마음을 볼 수 없게 만든 것이다.

누구의 ‘옳고 그름’보다 나와 형을 ‘화해’시키고 싶은 것이 어머니의 마음이셨다. 또 나 한 사람의 일시적인 욕심을 충족시켜 주시기보다 모든 자식들의 행복을 원하셨다. 그런데 그 어머니의 뜻은 진정한 나의 행복이기도 하다. 형제와 화목하지 못하는 나의 행복은 거짓이기 때문이다.

나는 마음속으로 한번 더 다짐했다. 나의 옳음을 주장하고 인정받기보다 부모님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말아야겠다고.

사람의 생각은 자기가 경험한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이 ‘세상의 법’으로는 나의 옳음이 저 사람의 그름이 되고, 저 사람의 옳음은 나의 틀림이 될 수밖에 없다. 각자의 경험과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법’은 그렇지 않다. 하나님의 뜻은 너와 나의 경험을 초월한 것이다.

그러기에 하나님의 뜻대로 살기로 결단한 신앙인만이 자신과 남의 허물을 용납하며 서로 진정으로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다. 하나님 안에서는 너와 나의 옳고 그름은 없지만 우리 모두의 평안이 존재한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자기의 <옳고 그름>을 십자가에 못 박은 자만 예수의 제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인 것 같다. 형제간의 평화는 부모의 사랑 안에서 생기고, 하늘나라의 평안은 하나님과 바른 관계 속에서만 가능하다.


어머님, 부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십시오. ♣


장재국 / 대구 장재국정신과의원 원장 / 해와달 홈페이지에 <panda>라는 이름으로 귀한 글과 아름다운 사진 작품들을 자주 나누어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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