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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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평양 공연 생각나니?
외할머니가 이북 분이시라. 평양 공연 이야기에 지도까지 펴드시곤 여기에는 어떤 어른이 계시고, 또 저기엔 어떤 어른이 계신다고 하시더라고. 그런 이야기를 너에게 한 마디 한 마디 하실 때마다 그 붉어지던 눈시울 때문에 네 가슴도 아팠다고. 그 때문이었을까? 평양 공연을 시작할 때 마이크 앞에서 선 네 모습이 비장해 보였던 것 말이야. 사실, 난 그때 많이 긴장이 됐었단다.
평양에서 하는 공연이라니, 그것도 록 밴드가 말이야. 앞줄에 앉으셨던 머리 희끗희끗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우리의 알록달록한 머리를 한참이나 신기하다는 얼굴로 보시는 걸 보면서 쑥스럽기도 하고, 애써 우리의 머리에 관심 없다는 표정을 지으시는 게 재미있기도 했었지. 하지만, 그곳이 평양이고, 우리는 비둘기처럼 평화를 가슴에 안고 왔다는 자부심과 책임감 때문에 그런 마음은 이내 잊었지. 드럼 소리가 울리고, 기타 소리가 울리고, 네가 느리지만 힘찬 목소리로 ‘아리랑’을 부를 때 나 역시 마음속으로 그 노래를 따라 불렀단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천천히 한 소절 한 소절, 가슴에서 토해내듯 부르는 너의 목소리가 얼마나 내 가슴을 때리던지. 평양에서 부르는 아리랑, 민족의 노래 아리랑.
온 공연장의 공기는 우리 주변에서만 맴도는 듯했고, 사람들의 얼굴도 조금씩 상기되어 갔지. 베이스를 튕기고 있었지만, 내 가슴은 훨훨 날아 남과 북의 모든 사람이 손을 잡고 아리랑을 부르는 상상을 했단다. 그 순간 갑자기 네 목소리가 들리지 않더라. 얼마나 놀랐는지 아니? 공연 전부터 계속 말썽을 부렸던 기계 탓인지, 띄엄띄엄 들리던 음향 탓인지. 순간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 이 난관을 벗어나나…. 걱정스런 얼굴로 너를 보았지. 아주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는데 똑똑히 보이던 너의 붉어진 눈 가장자리. 아리랑을 부르다 말고 마이크를 잡은 채…. 그래, 도현아, 네 우는 얼굴을 보고 만 거야. 고개를 들어보니 관객들도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널 바라보더라. 그 눈물을 흘리는 동안, 우린 남한의 가수 북한의 관객이 아니라 한 민족이고 한 동포였지.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순간 우리 모두는 하나라는 확신이 들었어. 나중에야 넌 그런 이야기를 했었지. 한 할머니 때문이었다고. 그 할머니가 손등으로 눈을 훔치는 순간, 넌 그 할머니의 얼굴에서 이북의 가족들을 그리워하던 네 외할머니를 보았노라고.
도현아! 생각나니? 내 생일에 팬들이 모여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불러 줬던 거 말야. 그때 네가 부러워하던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것이 기억난다. 사람들이 우릴 점점 많이 알아가면서 공인이어서 힘들고, 우리의 진심을 몰라 주기고 하도, 안티 윤도현 밴드도 만들어 네 가슴을 아프게 할 때도 있지만, 난 언젠가 네가 깃털을 날리며 수사자처럼 뛰어오르리라 믿는다.
왜냐하면, 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으니까. 사랑한다, 도현아!
■ 필자는 지난해 각종 선호도 조사에서 1위에 오르고 9월에는 남한 대표 가수로 평양공연을 가져 화제가 됐던 윤도현 밴드의 베이스 기타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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